초록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최근 담론은 가해자성의 인정과 페미니스트 시각에서의 초국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며, 영화적 재현 역시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 연구는 그와 같은 전환의 시점에서 넘어서야 할 기존의 유산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영화의 장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회고가 갓 시작되었던 시기의 작품들에 나타난 참전군인의 피해자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는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전면적으로 재현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지배적인 허구에 도전한 첫 번째 한국영화이다. 이 영화는 폭력적 가해의 체화된 기억을 트라우마의 내용에 포함함으로써 피해자성과 가해자성을 동시에 지닌 파월 한국군의 위치라는 난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이를 성매매 여성과의 우정을 통해 위로받는 한 남성 개인의 상처로 봉합하면서 균열의 가능성을 순치한다.〈뜨거운 바다〉(1992)는 양심적인 지식인의 베트남전쟁 인식을 한 단계 더 비판하면서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감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전쟁 기억의 비판적 재구성은 한국군 참전자들 간에서 배타적으로 전개되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 및 베트남인 여성을 이국적으로 성애화하는 재현 전략을 통해 전쟁 트라우마의 문제를 남성성의 상처와 보상의 문제로 전유했다.〈모스크바에서 온 S여인〉(1993)은 에로영화의 양식을 빌려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성적 위무의 대상으로 다루는 한편, 일제강점기의 조선인과 파월 한국군을 역사의 피해자로서 동궤에 놓음으로써, 한국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재현이 지닌 일국적 이해와 남성중심성에 있어 한 극점을 형성했다. 이상의 영화들은〈하얀 전쟁〉을 비롯한 작품들에 비해 베트남전쟁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뚜렷하지 않고 개인적 차원의 트라우마를 다루었기에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한국군 남성 개인을 피해자화하는 방식으로 참전의 기억을 재현했던 것은, 당대의 민주화 및 탈식민주의 담론의 전반에 도사리고 있었던 자국 중심성과 남성중심성의 근본적인 사각지대에서 싹튼 징후적 사례로서 베트남전쟁 재현의 역사적 검토에 기입될 만한 가치가 있다. 본 연구는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한 담론의 변화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영화적 실천의 도약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도 일단의 기여를 하고자 시도했다.
Civil society's recent discourse on the Korean military's participation in the Vietnam War is being reorganized around the keywords of a consciousness as perpetrators and transnational solidarity from a feminist perspective, and cinematic representation also plays a large role in the process. In order to grasp the existing legacy to be overcome at the time of such transition, this study analyzed the pattern of victimization of the Korean veterans in the films of the period when critical recollections of the Vietnam War were just beginning in the field of Korean cinema. We Are Going to Geneva Now(1987) is the first Korean film to challenge the dominant fiction of the Vietnam War by fully representing the trauma of the Vietnam War veterans through flashback techniques. This film touches on the awkward position of the Korean veterans who were both the perpetrators and the victims by including embodied memories of violent abuse in trauma representation, but soothes them as wounds of a single individual comforted by friendship with prostitutes, and erases the possibility of cracking. The Hot Ocean(1992) criticizes the conscientious intellectual's perception of the Vietnam War a step further, and sensibly represents the veterans' trauma. In this film, however, the critical representation of war memory was developed exclusively among Korean veterans, and through the representation strategy of exotic sexualization of Southeast Asian and Vietnamese women, the problem of war trauma was appropriated as a problem of wounded masculinity and reward for it. Ms. S from Moscow(1993) borrowed the style of erotic films to treat the trauma of veterans as objects of sexual comfort, while placing Koreans in the Japanese occupation and Korean Vietnam War veterans as victims of history. It formed a pole in the ethnocentrism and androcentrism of the critical representation of the Vietnam war. The above films did not receive enough academic attention because the political interpretations of the Vietnam War in the films were not clear and dealt with personal trauma. However, these films’ representation strategies of Vietnam War memories by victimizing individual Korean male veterans are worth writing in the historical review of Vietnam War representations, as a symptomatic case that emerged in the fundamental blind spot of ethnocentrism and androcentrism which was in the discourse on democratization and postcolonialism of those days. Through this analysis, this study attempted to make a contribution to understanding the implications of the change in discourse on the Vietnam War and the new leap forward of cinematic practice.
키워드
베트남전쟁 영화, 트라우마 재현, 가해자의 피해자화, 남성중심적 전유, Vietnam War Films, Representations of Trauma, Victimization of the Perpetrators, Male-centered Appropriation
출처: 조서연(2020). "피해자의 자리를 전유하기 - 베트남전쟁 참전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적 재현의 국적과 젠더 -," 현대문학의 연구, 71, 22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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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최근 담론은 가해자성의 인정과 페미니스트 시각에서의 초국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며, 영화적 재현 역시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 연구는 그와 같은 전환의 시점에서 넘어서야 할 기존의 유산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영화의 장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회고가 갓 시작되었던 시기의 작품들에 나타난 참전군인의 피해자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는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전면적으로 재현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지배적인 허구에 도전한 첫 번째 한국영화이다. 이 영화는 폭력적 가해의 체화된 기억을 트라우마의 내용에 포함함으로써 피해자성과 가해자성을 동시에 지닌 파월 한국군의 위치라는 난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이를 성매매 여성과의 우정을 통해 위로받는 한 남성 개인의 상처로 봉합하면서 균열의 가능성을 순치한다.〈뜨거운 바다〉(1992)는 양심적인 지식인의 베트남전쟁 인식을 한 단계 더 비판하면서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감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전쟁 기억의 비판적 재구성은 한국군 참전자들 간에서 배타적으로 전개되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 및 베트남인 여성을 이국적으로 성애화하는 재현 전략을 통해 전쟁 트라우마의 문제를 남성성의 상처와 보상의 문제로 전유했다.〈모스크바에서 온 S여인〉(1993)은 에로영화의 양식을 빌려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성적 위무의 대상으로 다루는 한편, 일제강점기의 조선인과 파월 한국군을 역사의 피해자로서 동궤에 놓음으로써, 한국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재현이 지닌 일국적 이해와 남성중심성에 있어 한 극점을 형성했다. 이상의 영화들은〈하얀 전쟁〉을 비롯한 작품들에 비해 베트남전쟁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뚜렷하지 않고 개인적 차원의 트라우마를 다루었기에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한국군 남성 개인을 피해자화하는 방식으로 참전의 기억을 재현했던 것은, 당대의 민주화 및 탈식민주의 담론의 전반에 도사리고 있었던 자국 중심성과 남성중심성의 근본적인 사각지대에서 싹튼 징후적 사례로서 베트남전쟁 재현의 역사적 검토에 기입될 만한 가치가 있다. 본 연구는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에 대한 담론의 변화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영화적 실천의 도약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도 일단의 기여를 하고자 시도했다.
Civil society's recent discourse on the Korean military's participation in the Vietnam War is being reorganized around the keywords of a consciousness as perpetrators and transnational solidarity from a feminist perspective, and cinematic representation also plays a large role in the process. In order to grasp the existing legacy to be overcome at the time of such transition, this study analyzed the pattern of victimization of the Korean veterans in the films of the period when critical recollections of the Vietnam War were just beginning in the field of Korean cinema. We Are Going to Geneva Now(1987) is the first Korean film to challenge the dominant fiction of the Vietnam War by fully representing the trauma of the Vietnam War veterans through flashback techniques. This film touches on the awkward position of the Korean veterans who were both the perpetrators and the victims by including embodied memories of violent abuse in trauma representation, but soothes them as wounds of a single individual comforted by friendship with prostitutes, and erases the possibility of cracking. The Hot Ocean(1992) criticizes the conscientious intellectual's perception of the Vietnam War a step further, and sensibly represents the veterans' trauma. In this film, however, the critical representation of war memory was developed exclusively among Korean veterans, and through the representation strategy of exotic sexualization of Southeast Asian and Vietnamese women, the problem of war trauma was appropriated as a problem of wounded masculinity and reward for it. Ms. S from Moscow(1993) borrowed the style of erotic films to treat the trauma of veterans as objects of sexual comfort, while placing Koreans in the Japanese occupation and Korean Vietnam War veterans as victims of history. It formed a pole in the ethnocentrism and androcentrism of the critical representation of the Vietnam war. The above films did not receive enough academic attention because the political interpretations of the Vietnam War in the films were not clear and dealt with personal trauma. However, these films’ representation strategies of Vietnam War memories by victimizing individual Korean male veterans are worth writing in the historical review of Vietnam War representations, as a symptomatic case that emerged in the fundamental blind spot of ethnocentrism and androcentrism which was in the discourse on democratization and postcolonialism of those days. Through this analysis, this study attempted to make a contribution to understanding the implications of the change in discourse on the Vietnam War and the new leap forward of cinematic practice.
키워드
베트남전쟁 영화, 트라우마 재현, 가해자의 피해자화, 남성중심적 전유, Vietnam War Films, Representations of Trauma, Victimization of the Perpetrators, Male-centered Appropriation
출처: 조서연(2020). "피해자의 자리를 전유하기 - 베트남전쟁 참전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적 재현의 국적과 젠더 -," 현대문학의 연구, 71, 22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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