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가보훈처는 ‘이달의 6·25 전쟁영웅’으로 ‘여성의용군’을 선정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포스터에는 “포화의 전장 속에서 뜨거운 구국일념을 꽃 피운 여성의용군”이라는 표어가 선명하지요. 귀갓길 지하철역 게시판에 붙은 이 포스터를 발견하고서는 가만히 서서 여러 생각을 했더랬어요. 왜 하필 꽃 피운 걸까, 여성이 아니라도 꽃 피웠을까? 하단의 설명엔 학도의용군, 철도군속, 간호요원, 예술대원에 여자해병, 여자항공병, 간호장교 이야기까지 담은 걸 보니 육군만이 아니라 민간인까지 포함한 참전 여성 전체를 뜻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육군 여군(중에서도 일부)에 한정된 여성의용군으로 통칭했을까? 게다가 전쟁 당시에 모집된 육군 여군의 공식 명칭은 ‘여자의용군’인데, 왜 갑자기 이제 와 ‘여성의용군’이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여자해병은 해병 여군으로, 여자항공병은 여성항공병으로 바꾼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수많은 남성 군인들이 한명 한명 각자의 이름을 갖고 영웅으로 호명되는 동안, 왜 여전히 참전 여군들은 뭉뚱그려진 이름 하나로 불릴 수밖에 없는 걸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 꼬장꼬장함은 대체 뭔가, 그리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딘가 그런 면이 있더라고요. 연구한 것들을 글로 옮기면서 ‘한국전쟁’을 쓸지, ‘6·25 전쟁’을 쓸지도 몇 주씩 고민했었던 제게, ‘여자의용군’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이미 문제적이었습니다. 의용군이란 건 “국가나 사회의 위급을 구하기 위하여 민간인으로 조직된 군대(표준국어대사전)”, “국가나 사회의 위급 상황에서 민간인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되는 군대(고려대한국어대사전)”라는데, (이미 존재했던) 현역 여군 장교의 제안에 기초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얻고, 정식 모집과 선발, 정규 훈련의 절차를 모두 거쳐 군번까지 부여받은 정규군인을 왜 의용군이라고 불렀던 걸까요. 단순히 징병 대상이 아니었는데 자원했으니까, 라고 하기엔 지금도 여전히 지원병 제도에 의해 여군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들을 의용군이라고 부르지는 않죠.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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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가보훈처는 ‘이달의 6·25 전쟁영웅’으로 ‘여성의용군’을 선정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포스터에는 “포화의 전장 속에서 뜨거운 구국일념을 꽃 피운 여성의용군”이라는 표어가 선명하지요. 귀갓길 지하철역 게시판에 붙은 이 포스터를 발견하고서는 가만히 서서 여러 생각을 했더랬어요. 왜 하필 꽃 피운 걸까, 여성이 아니라도 꽃 피웠을까? 하단의 설명엔 학도의용군, 철도군속, 간호요원, 예술대원에 여자해병, 여자항공병, 간호장교 이야기까지 담은 걸 보니 육군만이 아니라 민간인까지 포함한 참전 여성 전체를 뜻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육군 여군(중에서도 일부)에 한정된 여성의용군으로 통칭했을까? 게다가 전쟁 당시에 모집된 육군 여군의 공식 명칭은 ‘여자의용군’인데, 왜 갑자기 이제 와 ‘여성의용군’이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여자해병은 해병 여군으로, 여자항공병은 여성항공병으로 바꾼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수많은 남성 군인들이 한명 한명 각자의 이름을 갖고 영웅으로 호명되는 동안, 왜 여전히 참전 여군들은 뭉뚱그려진 이름 하나로 불릴 수밖에 없는 걸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 꼬장꼬장함은 대체 뭔가, 그리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딘가 그런 면이 있더라고요. 연구한 것들을 글로 옮기면서 ‘한국전쟁’을 쓸지, ‘6·25 전쟁’을 쓸지도 몇 주씩 고민했었던 제게, ‘여자의용군’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이미 문제적이었습니다. 의용군이란 건 “국가나 사회의 위급을 구하기 위하여 민간인으로 조직된 군대(표준국어대사전)”, “국가나 사회의 위급 상황에서 민간인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되는 군대(고려대한국어대사전)”라는데, (이미 존재했던) 현역 여군 장교의 제안에 기초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얻고, 정식 모집과 선발, 정규 훈련의 절차를 모두 거쳐 군번까지 부여받은 정규군인을 왜 의용군이라고 불렀던 걸까요. 단순히 징병 대상이 아니었는데 자원했으니까, 라고 하기엔 지금도 여전히 지원병 제도에 의해 여군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들을 의용군이라고 부르지는 않죠.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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