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미나 후기][소그룹세미나] 종간정의, 젠더, 동물-시즌 1 (3/31)

관리자

3월의 마지막 날, 2023년 FIPS의 첫 소그룹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4주 동안 책 <동물노동> (샬럿 E. 블래트너 외, 책공장 더불어)을 읽으며 동물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참가자인 정원님께서 첫 번째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정원 (동물해방공동체 직접행동 DxE 활동가) 

안녕하세요,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는 정원이라고 합니다. 사실 세미나 후기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요. 첫 발제를 준비한 이끔이(아정)와 풍부한 이야기를 나눠준 세미나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후기로나마 빚을 갚아보려고요.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동물해방을 위한 실천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최근 이에 관해 타자 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를 설득할 정교한 이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감각하고 있었어요. 흔히들 ‘동물 해방 운동을 하는 우리는 동물이 해방된 세계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 풍경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종 차별’이나 ‘착취/억압’, ‘폭력’처럼 즉각적으로 체화 가능한 몇가지 거시적 표현을 제외하면 ‘동물해방’을 설명할 언어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이 책을 개인적으로 구매해 게으르게 읽던 중에 마침 FIPS에서 세미나가 열려 듣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동물의 존재/행위를 노동으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입증하려 합니다. 동물-노동의 관계를 연결지어야 한다는 것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데요. 우리는 이 전제 자체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노동-성원권이 이어져야만 하는지, 노동하지 않는 존재는 동료시민이 될 수 없는지, 꼭 노동하며 살아야 하는지 등이요. 더불어 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된 ‘노동’ 개념의 재편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동물 노동 또한 인간 사회 안에서 인정받고 획득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구조 안에서는 담론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동물 노동’ 개념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특히 책에서 ‘돌봄 노동’이라 규정하는 노동들ㅡ안내견, 심리치료견 등의 활동ㅡ을 그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만약 이 활동을 ‘강제노동’ 또는 ‘대리노동’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면 종 간 정의와 더불어 젠더, 인종, 계급 등의 문제까지 함께 촘촘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동물 노동’이 아닌 새로운 언어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 그럼에도 ‘동물 노동’이라는 언어로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와 상상력을 가져야 하는지도요.

그간 개인적으로만 가지고 있던 고민과 의문들을 세미나를 통해 확장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세미나’ 라는 형식에 부담을 느꼈던 것도 사실인데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느슨하고 수평적인 분위기에 안도감을 느껴요. 함께 조금씩 읽어 나가는 중이므로 더 읽다보면 ‘동물노동’에 대한 생각들이 바뀔 수 있을지, 바뀐다면 어떤 형태일지 궁금해집니다. 다음 회차에는 그런 마음들을 가진 채로 참여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