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미나 후기][열린세미나] 종간정의, 젠더, 동물-시즌 2 (6/15)

관리자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당연한 질문 던지기 

: 에밀리의 세계낙농축산박람회(WDE) 필드워크 나눔을 듣고

 

은정(IW31, 두 번째 마음)


피스모모 열린세미나 <종간정의, 젠더, 동물> 시즌 2에서 익숙한 얼굴들의 필드워크 나눔을 들을 수 있다고 하여 신청하였다. 저녁 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IW31에서 활동중인 동료 에밀리와 아정이 필드워크를 갔을 때 텔레그램 등에서 사진과 메시지를 간간이 보았기 때문에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난 주 세미나 3회차에서 에밀리는 세계낙농축산박람회(WDE: World Dairy Expo) 필드워크에 대해 이동하는 몸과 국경을 비롯한 다양한 교차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밀리의 이야기는 ‘함께 이동하는 몸’ ‘몸의 기억’ ‘몸이라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범주화된 표현들과 가사회된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미나 초반에 아정이 발제했던 내용 중, 동물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담고 있는 종의 계층화와 범주화를 살펴보면 그 용어는 결국 부르는 사람의 편의에 의해 분류되고 이름 붙은 것들이다. 이와 연결지어 에밀리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불법체류자’ 등의 범주화 행위에 담긴 이질적 타자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단 사이의 계급적 분단과 정체성 전쟁터에서 비가시화된 전쟁은 ‘우리’와 ‘그들’의 가시적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하위계층인 ‘그들’을 ‘우리’ 속에 귀속시키는 계급적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에밀리가 발표 중에 사용했던 문장인 ‘탈분단은 사라진, 사라지는, 사라질 존재들을 알아차리고 지켜내는 일’이기에 인간동물과 비동물인간, 국민과 비국민, 이주민과 비이주민국민에서 등록되지 않은 非가 아닌 날아갈 飛를 통해 범주화된 방식의 분류가 아닌 범주화를 해체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많이 남았던 것은 결혼중개를 통해 이동하는 몸, 즉 ‘결혼이주여성’이 농장과 출입국관리처럼 ‘스마트’하다고 불리는 관리체제를 통해 젠더 편향적으로 ‘몸’을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참한 북한여성과 결혼하세요”와 같은 홍보 문안이었다. 국제결혼전문이라는 결혼중개업 회사 현수막에 크게 써 있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돌봄과 노동, 성적 목적을 위해 공급되는 결혼 중개업이 말은 스마트한 관리 체제를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농장시스템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있지만 없는 존재들은, 없지만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어떤 정체성은 명명하는 이름 붙이는 작업이 중요하지만, 어떤 정체성은 이름 붙이는 작업 자체가 차별적 의미를 드러낸다. 크리스테바의 abject처럼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있지만 없는 존재를 가시화한다. 하루가 다르게 성적 정체성이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기 위한 다양하고 화려한 정체성의 용어가 쏟아지고, 새로운 정체성을 발굴하고 명명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세상 속에 없었던 자리를 확보하고 만들어내는 정체성 전쟁을 위한 시발점처럼 사용되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정체성은 이름을 붙이는 목적과 사용되는 권력 구조에 따라 라벨링 행위 자체가 차별을 위해 사용된다. ‘결혼이주여성’이라 할 때 단순한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용어는 연결된 단어 이상을 넘어 어떠한 표상을 갖는다. 어느 곳에서 왔고, 어떤 외모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표상으로 연결된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이라 할 지라도 돈 많은 엘리트 백인여성에게 ‘결혼이주여성’ 이라는 말을 대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이라 부르는 범주화를 통해 용어 속에 숨겨진 계층과 권력 구조가 고민 없이 당연시되고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시혜적이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표상을 맘껏 갖다 쓴다. 이런 경우, 정체성에 새로운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보다 그 개념을 자체를 지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들고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개념을 지우는 것이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에밀리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져 입안에서 맴도느라 세미나 도중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후기로 담게 되었다. 프란츠 파농이 말했던 대로, 나의 육체가 나로 하여 항상 물음을 던지기를 바라며… ‘완결되지 않은 고민’과 ‘끝이 되지 못한 끝’을… 다음 4회차 아정에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