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미나 후기][교육강좌] 시네피스-영화, 여성의 전쟁경험을 묻다 (10/23)

관리자

이지원 

이번 시네피스 2강에서는 일본 위안부의 일본 정부 사죄 배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침묵>(박수남, 117분, 2017)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위안부와 침묵이라는 두 단어는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역사가 침묵한,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위안부 이야기를 이 영화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일본 정부가 침략 전쟁을 인정하고 위안부에 대해 사죄 배상을 요구하는 위안부 할머니와 할머니들을 돕던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침묵을 깨며 영화에 담겼습니다. 침묵의 주체는 그동안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지 못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닌 잘못을 책임지지 않는 일본 정부가 아닐까요. 한국과 일본,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어서 고통에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는 위안부 할머니와 일본 시민 활동가들을 보면서 어떤 인류애, 희망이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피해자 연대를 해체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 다양한 이해관계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면서 이 갈등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복잡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났던 1994년도 전후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활발히 피해 경험을 발화하고 사죄 배상을 위해 다양하게 힘쓰셨어요. 제 삶이 어떤 삶과 닿아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난주 <소성리>에 이어 <침묵>을 보면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함께 부채감이 밀려왔습니다.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주저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 어려운 문제에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요. 이번 시네피스에 참여하신 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뚜렷한 답보다도 계속 고민할 힘을 얻은 이번 시네피스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소감을 마무리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일본 고등학생의 말처럼 이 역사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기록하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을 이런 이야기에 계속 노출시키며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

 


[언급된 자료]

도서 『빨간 기와집』(가와다 후미코, 꿈교출판사, 2014)

도서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김숨, 현대문학, 2018)

영화 <김복동>(송원근, 2019)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안해룡, 2009)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양영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