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사나이 뭉친 한국군
진짜 사나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맹한 상륙부대, 초대 해병대원들의 꿈이 담겨 있는 마라도함에서 우리 군의 발전을 기념하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제73주년 국군의날 대통령 기념사 중에서
최근에, 평화주의·반군사주의 단체 ‘전쟁없는세상’의 블로그 소식지에 글을 하나 실었다. 지난 10월 1일에 열린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과 같은 달 20일에 열린 2021 서울 아덱스ADEX,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 대한 글이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 및 한국 방위산업 세계화의 역사와 현황을 식민지 시기 독립군까지 호출하며 자랑스럽게 읊는 중에 1964~1973년 파월派越의 내력은 슥 빼놓는 것을 보고, 그 서사 전략의 교묘함을 지적해보려 했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도적으로 섬세하게 구성한 서사나 공들여 연출한 행사의 스펙터클보다는 다른 데에 있었다. 진행자 선정부터 자료 영상 내 출연진의 성비까지 꼼꼼히 챙기며 ‘양성평등’의 포즈를 취하던 행사의 대통령 기념사 도입부가 “진짜 사나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맹한 상륙부대”로 시작했다는 것. 비록 그 실효성이 어찌되었든, 국방부가 군가 가사에 ‘사나이’를 넣지 않는 지침을 내놓은 것이 2015년의 일이고, “가장 용맹한” 각 특수부대 보직의 여군 배치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것 역시 2018년부터 검토되고 있는데, 여전히 저렇게 실수처럼 진심이 새는 데에 헛웃음이 나온다. …(이하 생략)…
출처: 조서연(2021). "[특집] ‘이미 완성된 남자들’의 군대 - 채널A 〈강철부대〉의 위치와 군사화된 남성성 재현의 새 양상," 문학동네, 28(4): 15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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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사나이 뭉친 한국군
진짜 사나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맹한 상륙부대, 초대 해병대원들의 꿈이 담겨 있는 마라도함에서 우리 군의 발전을 기념하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제73주년 국군의날 대통령 기념사 중에서
최근에, 평화주의·반군사주의 단체 ‘전쟁없는세상’의 블로그 소식지에 글을 하나 실었다. 지난 10월 1일에 열린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과 같은 달 20일에 열린 2021 서울 아덱스ADEX,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 대한 글이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 및 한국 방위산업 세계화의 역사와 현황을 식민지 시기 독립군까지 호출하며 자랑스럽게 읊는 중에 1964~1973년 파월派越의 내력은 슥 빼놓는 것을 보고, 그 서사 전략의 교묘함을 지적해보려 했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도적으로 섬세하게 구성한 서사나 공들여 연출한 행사의 스펙터클보다는 다른 데에 있었다. 진행자 선정부터 자료 영상 내 출연진의 성비까지 꼼꼼히 챙기며 ‘양성평등’의 포즈를 취하던 행사의 대통령 기념사 도입부가 “진짜 사나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맹한 상륙부대”로 시작했다는 것. 비록 그 실효성이 어찌되었든, 국방부가 군가 가사에 ‘사나이’를 넣지 않는 지침을 내놓은 것이 2015년의 일이고, “가장 용맹한” 각 특수부대 보직의 여군 배치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것 역시 2018년부터 검토되고 있는데, 여전히 저렇게 실수처럼 진심이 새는 데에 헛웃음이 나온다. …(이하 생략)…
출처: 조서연(2021). "[특집] ‘이미 완성된 남자들’의 군대 - 채널A 〈강철부대〉의 위치와 군사화된 남성성 재현의 새 양상," 문학동네, 28(4): 15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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