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및 연구자료][한국극예술연구] 영화 〈하얀 전쟁〉과 진보적 남성 민족 주체의 베트남전쟁 기억 만들기

FIPS 조서연

초록

<하얀 전쟁>(1992)은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을 본격적으로 비판한 첫 영화로, 파월을 둘러싼 기억 투쟁의 장에서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다. <하얀 전쟁>에 나타난 베트남전쟁 및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인식은 ‘미국 용병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광주항쟁 이후 1980~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널리 공유된 반미 의식과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비판 의식의 발로로, 조국 근대화의 발판을 이룬 반공 전쟁이라는 기존의 공식적인 베트남 전쟁 기억을 전면적으로 넘어선 것이었다. <하얀 전쟁>은 파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과 참전 군인의 트라우마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주한미군 기지촌 문제와 민주화 투쟁을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억 재현에 겹쳐 놓는다. 이는 베트남전쟁이 미국과 한국 간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국제적인 대리전이자 한국 현대사의 윤리적 오점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하얀 전쟁>은 트라우마 기억을 영화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파월 한국군을 박정희 군사정권과 미국에 희생당한 피해자의 위치에 정초하여,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참전 병사들의 난감한 위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정리한다. 또한 주한미군 기지촌의 한국인 여성과 베트남 기지촌의 베트남인 여성을 성애화하고 타자화함으로써,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의 탈식민적 민족주의 담론이 지녔던 남성중심적 폭력성을 답습하는 한편으로 한국인 남성 자신들을 순전한 피해자로서 정당화한다. 파월 한국군의 피해자화 서사와 젠더 무감각은 <하얀 전쟁>이 지닌 통찰력의 바탕이 되었던 진보적 남성 민족 주체의 세계인식에 도사리고 있던 사각지대였다.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후회의 정치’라는 맥락에서 전쟁 기억의 영화적 재현이 지향할 바들을 뒤집어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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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서연(2019). "영화 <하얀 전쟁>과 진보적 남성 민족 주체의 베트남전쟁 기억 만들기," 한국극예술연구, 64,18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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