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평][전쟁없는세상] 구럼비의 무덤 위에서 바다와 제주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고? –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바다사랑 제주사랑 문예제’에 부쳐

FIPS 가람



‘NIGAGARA HAWAII (니가가라 하와이).’

2016년 한 단체에서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에 숨겨진 메시지였다.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 (세계적인 지도자, 이승만) / Greatness, you strived for (위대하도다, 당신의 분투로) / 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 (민주 국가라는 유산을 남겼으니)’로 시작하며 일견 공모전의 취지에 부합하는 이승만 찬양시인 듯 보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각 행의 첫 글자를 따서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 (니가가라 하와이)’라는 숨은 문장이 드러났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이후 이승만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하와이로 떠난 사실을 빗댄 풍자로 읽힐 수 있는 문장이었다. 비슷하게 첫 글자에 ‘한반도 분열 / 친일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 한강 다리 폭파..’ 등의 문장이 숨어있었던 입상작 ‘우남찬가’와 함께 해당 작품은 시상식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 뒤늦게 입상취소가 되는 해프닝을 만들어냈다.

10일~14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의 부대행사로 13일 토요일에 문예제가 열린다고 한다. 전국 초‧중학생 및 해당 연령대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문예제의 주제는 ‘바다사랑 제주사랑’이다. 어떤 바다에 대한 사랑을 글에 담기를 원한 것일까. 아마도 다양한 해양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바다는 아닐 것이다. 구럼비를 부수고,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를 죽이고 쫓아내어 그 무덤 위에 지어진 해군기지에서 벌어지는 잔치에서 감히 생명의 바다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어떤 제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를 원한 것일까. 아마 폭력에 저항하고 평화를 실현하고자 갈망하던 이들이 열심히 만들어오던 평화의 섬 제주는 아닐 것이다. 아직 치유되지 못한 4.3 국가폭력, 11년 째 이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국가폭력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강정에서 벌어지는 잔치에서 감히 평화의 제주를 말할 수는 없다. 결국 국제관함식을 통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하는 바다와 제주는 과정이야 어쨌든 해군기지가 자랑스럽게 들어선 바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태평양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제주다.

(생략)


출처: 전쟁없는세상 블로그 http://www.withoutwar.org/?p=14710


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