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서사의 장소, 푸순전범관리소
이 책의 저자 김효순은 학문의 장에서조차 제대로 조명되어오지 못했던 사건들을 천착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을 해왔다. 신작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일본인 전범을 개조한 푸순의 기적』에서 저자는 패전 후 시베리아 억류를 거쳐 중국 푸순(撫順)전범관리소로 이송되었거나, 산시성에 남아 일본의 재건과 방공(防共)을 기치로 옌 시산(閻錫山)과 협력해 인민해방군과 싸우다 포로가 된 타이위안(太原)전범관리소로 보내진 일본인 전범들, 그리고 그들이 귀국 후에 만든 중국귀환자연락회(이하 ‘중귀련’)의 활동에 주목한다. 낯선 서사인 만큼 이 주제에 관한 국내의 선행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저자는 방대한 일본어 사료와 수기를 비롯한 면밀한 조사를 토대로 하면서도 간명하고 친절한 필치로 독자들 앞에 섰다.

김효순, 『나는 전쟁법죄자입니다: 일본인 전범을 개조한 푸순의 기적』 (2020, 서해문집)
중국은 다른 전승국에 비해 전범재판 시기가 늦었다. 1956년의 특별군사법정에서 대부분의 전범은 불기소처분으로 풀려났고, 45명만이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형수도, 무기형도 없었다. 극형을 받아 처형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전승국의 일본인 전범재판과 크게 다른 점이다.(각주1) 전범들에 대한 전례 없는 예우와 관대한 판결에 분노한 중국인이 많았지만, 전범 관리의 총책임자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제재나 복수로는 증오의 연쇄를 끊을 수 없다”(각주2) 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푸순에서 전범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푸순으로 이송된 969명의 전범들이 가장 놀란 것은 파격적인 처우였다. 관리소 직원은 수수밥을 먹는데도 자신들에게는 흰쌀밥과 고기와 채소 반찬이 나왔고, 강제노동도 없었다. 충분한 자유시간 속에서 전범들은 “일본군 현역 시절이나 시베리아 억류 기간에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허덕였는데, 중국에 와서 여유 시간이 넘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생략)
출처: 전쟁없는세상 블로그 http://www.withoutwar.org/?p=1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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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서사의 장소, 푸순전범관리소
이 책의 저자 김효순은 학문의 장에서조차 제대로 조명되어오지 못했던 사건들을 천착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을 해왔다. 신작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일본인 전범을 개조한 푸순의 기적』에서 저자는 패전 후 시베리아 억류를 거쳐 중국 푸순(撫順)전범관리소로 이송되었거나, 산시성에 남아 일본의 재건과 방공(防共)을 기치로 옌 시산(閻錫山)과 협력해 인민해방군과 싸우다 포로가 된 타이위안(太原)전범관리소로 보내진 일본인 전범들, 그리고 그들이 귀국 후에 만든 중국귀환자연락회(이하 ‘중귀련’)의 활동에 주목한다. 낯선 서사인 만큼 이 주제에 관한 국내의 선행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저자는 방대한 일본어 사료와 수기를 비롯한 면밀한 조사를 토대로 하면서도 간명하고 친절한 필치로 독자들 앞에 섰다.
김효순, 『나는 전쟁법죄자입니다: 일본인 전범을 개조한 푸순의 기적』 (2020, 서해문집)
중국은 다른 전승국에 비해 전범재판 시기가 늦었다. 1956년의 특별군사법정에서 대부분의 전범은 불기소처분으로 풀려났고, 45명만이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형수도, 무기형도 없었다. 극형을 받아 처형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전승국의 일본인 전범재판과 크게 다른 점이다.(각주1) 전범들에 대한 전례 없는 예우와 관대한 판결에 분노한 중국인이 많았지만, 전범 관리의 총책임자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제재나 복수로는 증오의 연쇄를 끊을 수 없다”(각주2) 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푸순에서 전범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푸순으로 이송된 969명의 전범들이 가장 놀란 것은 파격적인 처우였다. 관리소 직원은 수수밥을 먹는데도 자신들에게는 흰쌀밥과 고기와 채소 반찬이 나왔고, 강제노동도 없었다. 충분한 자유시간 속에서 전범들은 “일본군 현역 시절이나 시베리아 억류 기간에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허덕였는데, 중국에 와서 여유 시간이 넘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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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쟁없는세상 블로그 http://www.withoutwar.org/?p=16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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