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평][일다]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여성 서사로 조명하다

FIPS 심아정


일용직 노동자들이 전해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이야기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일본 최대의 인력시장, 오사카의 가마가사키에서 시작된다. 김미례 감독의 전작들, 특히 <노가다>와 <외박>을 본 관객이라면 ‘노동’ 문제를 다루는 연속성을 감지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김미례 감독이 주목하는 것은 노동하는 ‘인간’이다. <노가다>는 건설 일용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그녀의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건설 현장을 따라다니며 촬영하기 시작했고, 자료 조사 과정에서 한국의 건설 산업이 갖는 다단계 구조가 일본 제국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마가사키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에 대해 전해 듣는다.

노동의 문제는 그렇게 제국의 문제로 이어졌다. ‘전후’ 일본의 소시민적 삶의 안온한 자리는 하청의 하청의 하청이 있는 다단계의 끝, 그 저변을 살아내는 자들의 노동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2006년, 일본 전역의 인력시장을 돌며 <노가다>(2005) 공동체 상영회를 하던 중, 감독은 어떤 노년 관객에게 “일본 노가다 운동의 전신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다. 그들의 영화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해 겨울, 도쿄에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수십 년 간 지원해온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자신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기획을 접었다.

 그 후, 두 편의 다큐멘터리 <외박>(2009)과 <산다>(2013)의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2014년, 한국 사회의 커다란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국가가 지닌 폭력성과 책임의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국가라는 틀 안에 사는 한 인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김미례 감독은 오랜 동료인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藤井たけし)의 제안과 협력으로, 결국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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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여성 서사로 조명하다 - 일다 - https://www.ildaro.com/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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