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딥페이크 성범죄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광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학, 초중고등학교, 가족을 가릴 것 없이 사회 전역에서 대규모 범죄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현역 군인들이 여성 군인을 상대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들고 공유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여성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공유되는 텔레그램방으로 입장하기 위한, 이른바 ’대기실‘의 이름은 ”군수품 창고 대기방“. 인증된 현역군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성군인들의 이름, 휴대폰번호, 소속, 계급, 나이와 군복사진을 ”상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딥페이크 범죄는 군대 내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과 성차별에 노출되어온 여성 군인들을 또다시 위협합니다.

여성 군인들을 ”군수품“으로 지칭하며 성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현역군인들의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성들을 군수물자이자 “성노예”로 취급했던 전시 성폭력의 역사를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이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착취해온 군사주의의 길고도 견고한 역사와 닿아 있습니다. 여성들이 여전히 군인들을 위한 군수품으로 호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이 사회에 아직도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구조화된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제의 끔찍한 결과입니다. 그 구조와 공모하는 군사주의는 여성의 성적대상화와 착취를 정당화하며 부추깁니다.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만연한 현실에 무거운 유감을 표하며, 이 현실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 여성들에게 깊은 연대를 보냅니다.

정부는 군대를 포함해, 학교와 가정 등 사회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절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제작, 유포된 영상 및 사진의 삭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고 2차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피해 중단 및 회복을 위한 의료적, 사법적 지원체계를 긴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일상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발견하고 균열을 내는 일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함께 져야 할 책임입니다. 괴로운 현실이지만,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